Tuesday, August 21, 2012

Appeared "stolen Buddhism steamer by imperial japan" i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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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시루’ 박물관서 나타나
⑤ 부산 범어사명유제시루
데스크승인 [152호] 2009.02.18 10:04:00

사찰에서 전해져 오는 유물 가운데에는 떡이나 쌀을 찔 때 쓰는 우리나라 고유의 찜기인 시루도 있다. 경남도 유형문화재 110호 통도사 청동시루와 부산시유형문화재 46호 범어사명유제(梵魚寺銘鍮製)시루 등이 대표적인 지정문화재다.

부산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범어사 유제시루는 2점으로 조선 현종 3년(1664)에 제작됐다. 작은 시루는 높이가 41.5cm, 입지름이 81cm, 바닥지름이 74.5cm이며, 큰 것은 높이 51.5cm, 입지름 110cm, 바닥지름이 95cm이다. 모두 놋쇠로 만들어졌으며, 무게는 300근(약 180kg)에 달한다. 350근인 통도사 시루로 600여명의 스님이 떡과 밥을 쪄먹었다고 전해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범어사 시루 또한 500인분 이상을 조리하기 충분한 크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 가치 인정받아 부산시 문화재로

구입과정 ‘의혹’…선의취득 ‘어불성설’



시루 상단에는 총 187자의 명문이 남아있는데, 제작장소와 제작시기, 시주자 등의 기록돼 있어 시루가 조성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모두(冒頭)에 새겨진 ‘慶尙道 東來北領 金井山 梵魚寺(경상도 동래북령 금정산 범어사)’는 제작처나 소장처가 범어사 임을 나타낸다. 이어 강희(康熙)3년 6월에 조성했다는 것과 54명의 시주자를 비롯해 시주를 받은 연화자(緣化者) 5~6명의 이름, 불사(佛事)가 있을 때에 불전(佛前)에 음식을 차리는 일을 맡아서 한 별좌(別座)의 이름을 남아 있다. 시주자에 대한 기록을 보면 대다수는 하층민이나 스님이였고, 특히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사진> 부산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범어사명유제시루.

이처럼 중인이나 하층민의 불사참여가 두드러진 것을 보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기층민들 사이에서 기복신앙이 활발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많은 재정을 들여 300근에 달하는 유제품(鍮製品)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피지배층의 경제성장이라는 결실이 숨어있다. 광해군 1년(1609) 기유약조(己酉約條)로 임진왜란 이후 단절됐던 일본과의 국교가 다시 시작되고, 상거래가 재개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여러 스님들과 불자들의 시주로 조성된 유제시루는 300여년 간 부산 범어사에 보관돼 있었다. 공양간이나 수련대회 장소로 사용하던 옛 해행당(解行堂)에 있던 시루는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돌연 사라졌다. 1990년대 중반 범어사가 해행당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설법전을 짓는 과정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루가 다시 나타난 것은 2000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부산시립박물관은 성 모씨로부터 1억3000만원을 주고 시루 2점을 사들였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시루는 이듬해인 2001년 5월 부산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사가 시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판매자로부터 1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박물관의 부적절한 유물 구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현재 범어사는 부산시를 상대로 유물반환청구 소송을 제기 중이다. 범어사 측은 “사찰 명문이 남아 있는 문화재를 거액을 주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찰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처리”라며 “부산시립박물관은 선의취득이라고 말하지만, 해당 직원이 판매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하는 등 유물 구입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970년과 1980년대 범어사 해행당에서 수련회를 하며 시루를 봤다는 한 불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하루빨리 불교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 최병문 부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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