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6, 2012

more than 200 homeless women in seoul,their social life in the bottom of with trembling shame sick to prostitution or r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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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매춘에 병들고 수치심에 떠는 여성 홈리스들의 밑바닥 인생 사회, 이슈
2006/07/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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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매춘에 병들고 수치심에 떠는 여성 홈리스들의 밑바닥 인생
“20만원만 구해줘요. 애를 떼야 하는데 돈이 없네”
자식에게 버림받고 지하도에서 연명하는 70대 할머니, 만삭의 배를 움켜쥐고 돈을 구걸하는 임산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무작정 거리로 나온 모자, 갈 곳 없는 늙은 윤락녀.
서울 거리를 배회하는 여성 홈리스는 200여명에 이른다.



“으악, 배아파 죽겠네. 이봐요, 아가씨. 나 20만원만 구해줘. 애를 떼야 하는데 돈이 없네. 오빠랑 올케언니한테도 달라고 했는데 돈이 없대. 아이고. 배가 아파 밤에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7월7일 밤 11시,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 갑자기 한 젊은 여성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삐쩍 말라 언뜻 보기엔 임산부같지 않았지만 헐렁한 티셔츠를 걷어올리자 남산만한 배가 드러났다. 임신 9개월. 올해 37세인 한수정(가명)씨는 계속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돈 좀 달라”고 소리쳤다.
“여성전용쉼터에 들어가 쉬어야 한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는 상담원들의 권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배를 여러 번 세게 치던 그는 정신을 잃은 듯 오랫동안 허공만 쳐다봤다.
한씨는 4개월 전부터 영등포역에서 살았다고 한다. 아이 아빠가 누구고 왜 집을 나와 거리 생활을 하게 됐는지 묻는 말에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노숙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는 걸로 보아 노숙과정에서 임신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아이가 생긴 걸 알았을 때부터 떼려고 했지. 그런데 돈이 없잖아. 쉼터에 가면 아이를 낳으라고 하니까 가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까 이 지경이 됐어요. 이제는 길에서 자는 게 너무 힘들어. 몸도 무겁고 배는 찢어질 듯 아픈데, 바닥이 너무 딱딱해.”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이하 노다지) 거리지원팀에서 영등포역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이세진씨는 “병원에 가자고, 쉼터로 가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영등포역, 여성 홈리스의 홈
노숙인이라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거리로 쏟아져나온 실직 남성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라 홈리스 여성의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집 없이 떠도는 여성의 상당수는 쉼터나 쪽방 등에서 머문다. 따라서 노숙인이라는 표현보다 ‘홈리스’라는 말이 적당하다.
어쨌든 2004년 6월 ‘노다지’ 집계에 따르면 한씨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홈리스 여성은 서울에만 30여명, 노숙인 쉼터에 머물고 있는 여성은 154명이다. 서울시 전체 노숙인을 3000여명으로 볼 때 홈리스 여성은 고작 5∼6%에 불과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홈리스 여성들은 철저히 세인의 관심 밖으로 내팽개쳐져 있다. 정부나 민간 지원도 남성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말 그대로 ‘노숙’을 하는 여성은 강간 등 강력범죄나 매춘의 유혹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7월7일 저녁 8시 영등포역 광장에서는 모 종교단체가 무료급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130명 정도의 노숙인이 길게 줄을 서 밥을 타 갔는데, 간간이 여성들도 섞여 있었다. 그중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생김새가 귀여운 김가희(가명)씨는 한 달 전부터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근처 쪽방, PC방, 만화방 등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돈이 없을 때는 그냥 ‘난장치기’(길거리 노숙을 일컫는 말)도 했단다. 김씨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 사탕을 주며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 한쪽이 푸르스름하게 부어 있었다.
“엄마한테 맞은 거예요. 반지 낀 손으로 맞아 (다리를 들어올리며) 여기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어요. 여기서 지내는 걸 엄마가 알아버렸거든요.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제가 미쳤다며 집에 가둬놓으려고 했는데, 전 다시 탈출했죠. 갑갑한 집에 있느니 여기서 생활하는 게 훨씬 편해요.”
“거리에서 자는 게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이게 있거든요(남자친구가 있다는 뜻). 오빠가 지켜줘서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남자친구와는 영등포역에서 만났다고 했다.
예쁘장한 외모의 이지연(가명·34)씨는 항상 남성 노숙인 5∼6명과 함께 다녔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같이 있던 한 남성이 “우리 지연이, 참 예쁘죠? 난 결혼하고 싶은데, 자꾸 날 피해.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라고 말하자 이씨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영등포역 대합실에는 60∼70대의 할머니 5∼6명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노숙생활 2년 가까이 된 ‘고참’들이다. 대개 자식들에게 버려진 경우지만 본인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이 구치소 들어갔거든. 남편이 나와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지. 자식?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간호사라 지금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 지금은 남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거야.”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강순심(가명) 할머니의 이야기다.
한 할머니는 요실금 때문에 노숙인 쉼터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요실금 증상이 잘 때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 지금은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있다는 이 할머니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건네는 등 살갑게 대했다.

늙은 윤락녀, 버림받은 할머니, 장애여성
이날 영등포역에서만 15명의 홈리스 여성을 만났다. 가출한 10대 소녀부터 잡다한 물건을 파는 70대 할머니, 만삭의 임산부, 혼자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는 정신질환증세의 여성까지 연령과 성향이 다양했다.
‘노다지’ 거리지원팀의 이범승씨는 “서울역에 비해 거친 남성들이 없고 비교적 여성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홈리스 여성들이 영등포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가운데 젊은 여성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할머니들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오랜 노숙생활 끝에 심각한 육체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밤이 깊어지자 여기저기서 노숙인들이 영등포역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거리에서 잠을 자는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는 근처 쪽방촌에 머물고 있었다. 쪽방이란 성인 한 사람이 잠만 잘 수 있는 0.5∼1평의 비좁은 공간으로, 하루 5000∼8000원 또는 보증금 없이 월세 15만∼20만원을 내고 사는 주거공간을 말한다. 영등포, 남대문, 종로, 용산, 동대문 등 노숙인이 많은 지역에는 으레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보통 노숙인들은 쪽방과 거리생활을 반복한다. 일당을 번 날은 쪽방에서, 공친 날은 거리에서 잠을 자는 것. 서울의 경우 대략 2500명이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친김에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으로 향했다. 쭉 늘어선 목조건물 안에는 성인 남성이 다리를 뻗고 눕기도 힘들 만큼 비좁은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남성들 사이로 간간이 화장을 짙게 한 중년여성과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들도 보였다.
“여성들은 거리에서 자는 것에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에 푼돈이라도 생기면 꼭 쪽방에 들어오려고 해요. 쪽방비를 내주는 남성 노숙인과 함께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요. 영등포 쪽방촌에서 사는 사람이 480여명인데, 그중 90명 정도가 여성입니다. 모두가 홈리스 여성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쪽방에서 나가면 곧바로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극빈층입니다. 펨프(호객꾼)나 40∼50대 ‘늙은’ 윤락녀, 자식에게 버림받은 할머니, 장애여성 등이 주를 이룹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김형옥 간사의 이야기다.
다음날 찾아간 서울역의 풍경도 영등포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벽 1시경 서울역 광장에는 노숙인 10여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성도 2∼3명 함께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앞니가 모두 빠진 40대 초반 김금순(가명)씨는 서울역에서 생활한 지 만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아원에서 자랐어. 철이 들면서 고아원을 탈출해 무조건 서울로 왔지. 그런데 나쁜 친구들을 사귀게 됐거든. 어쩌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 물건에 손을 대고 있더라고. 돈을 많이 번 날에는 술을 엄청 마셨어. 거의 알코올 중독이나 다름없었다니까. 잡히기도 잡혔지. ‘큰집’도 여러 번 드나들었어. 2년 전 풀려난 후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는데, 전과자 여성을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더라고. 쉼터도 여러 번 들어갔었는데 갑갑하기도 하고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랑 문제를 일으켜서 다시 나왔어.”
김씨 역시 처음에는 서울역 근처 쪽방이나 만화방 등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주거지가 일정치 않아 국가기초생활보호 혜택도 받지 못하는 그가 돈을 벌 길은 전혀 없었다. 서울역 지하도 신세를 지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그냥 쪽방비 내주고 밥을 사주거나 2000∼3000원 용돈만 줘도 같이 자. 그래서 요즘은 쪽방에서 자는 날이 훨씬 많아졌어. 여의치 않은 날에만 거리로 나오고.”

몸뚱이가 유일한 돈벌이
실제로 서울역에서 만난 한 남성 노숙인은 “이곳에서 여성은 공유물”이라고 귀띔했다. 홈리스 여성 쉼터인 열린여성센터의 서정화 소장은 “노숙하는 홈리스 여성은 성폭력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20대 등 제가 산부인과에 인계한 여성만도 3명입니다. 이렇게 낳은 아이는 100% 입양되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홈리스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대개 매매춘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곳에서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처럼 취급해요. 아웃리치(야간 거리상담) 상담원들이 홈리스 여성을 쉼터로 보내려 하면 남성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못 가게 막기도 하죠. 그렇다고 남성이 여성의 생활을 완전히 책임지는 것도 아니에요. 임신이라도 하면 곧바로 버리죠. 여성 혼자 뒷감당을 해야 해요.”
이렇듯 물리적, 심리적 폭력과 성폭력 등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리로 여성들이 내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위정희 사무국장은 “가정해체, 교육기회 박탈, 가정폭력 등 불우한 가정환경이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 노숙인쉼터에 입소해 있는 홈리스 여성들을 심층면접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홈리스 여성의 현황과 개인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95% 이상이 부모 사망 또는 이혼, 아동학대, 극빈가정, 부모의 정신질환 등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무학(無學)이 9.9%나 되는 등 대체로 학력이 낮아 일찌감치 유흥업소 등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모자가정쉼터 ‘내일의 집’. 가족만의 독립된 공간이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한 점이다(위). 열린여성센터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여성들(아래).
노숙을 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로는 구타 등 가정폭력이 37%, 경제적 빈곤, 남편의 외도 등 가정불화가 24.7%, 본인의 정신장애가 16.0%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것은 노숙인쉼터에 있는 홈리스 여성 중 실제로 노숙을 경험한 사람은 15∼20%라는 점이다.
현재 홈리스 여성이 몸을 의탁할 만한 곳은 서울시가 지정한 여성쉼터, 모자가정쉼터, 가족쉼터 등 여섯 곳으로, 쉼터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홈리스 여성들은 이런 쉼터에서 30∼50명씩 공동생활을 하며 자활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중 서울역 뒤편에 있는 열린여성센터는 2003년 3월1일 ‘노다지’에서 개원한 여성전용 ‘드롭인센터(drop-in center)’ 열린집이 개편된 것이다. 드롭인센터란 노숙인들의 생활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취침, 간단한 식사, 세탁, 목욕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쉼터로 전환한 현재도 드롭인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7월4일 일요일 9시경, 기자가 찾아갔을 때 쉼터 식구들은 수박을 먹으면서 교회에서 받아온 용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요일마다 교회 2∼3군데를 돌아다니며 구제비를 받는데, 운이 좋으면 6000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들의 1주일 용돈이다. 교회에서 양말 10켤레를 얻어가지고 와 쉼터 식구들과 실무자들에게 ‘선물’하는 여성도 있었다.
“현재 열린여성센터에는 독신여성 18명과 모자가정 3가정이 머물고 있어요. 독신여성들은 주로 역 근처 상담소나 아웃리치를 통해서 들어오는데 대부분 망상, 정신분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신체적으로도 매우 허약해진 상태라 일을 못하고 집에만 있는 분이 많죠.” 서정화 소장의 이야기다.
실제로 열린여성센터에 있는 독신여성 가운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경미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 1명뿐이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돕는다는 그가 받는 돈은 한 달에 고작 10만원. 그래도 이 여성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하고 싶지만
배은순(43·가명)씨는 일을 하고 싶지만 말을 더듬는 데다 무릎장애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그는 3년 전 함바집(건설현장 인부 전용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그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결국 쉼터로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배씨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순히 실직 때문만은 아니다.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배씨는 친척집에 보내졌다. 철이 든 후 집을 나와 하숙집 식모 등을 하며 근근이 살았다. 그러다 스물두 살 때 연탄가스를 마셔 말더듬이가 됐고 스물다섯 살 땐 불임부부의 ‘씨받이’로 들어가 아들 하나를 낳아주고 쫓겨났다. 그 후 여러 식당을 전전하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다.
“처음에는 아는 오빠네 집에 있었어요. 그런데 하는 일 없이 집에만 있으려니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일거리를 찾으러 다니다 한 남자를 만났는데, 주민등록등본하고 인감을 주면 250만원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큰 돈을 준다는데 얼마나 좋아요. 그래서 건네줬더니 다음달부터 집으로 카드값 청구서가 날아오는 거예요. 무려 3000만원이었죠. 카드사 사람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고 전화하고 협박하고…. 결국 집을 나와버렸죠.”
배씨는 일자리를 구해서 자신의 빚을 갚고 싶지만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큰 식당의 주방장으로 한 달에 150만원은 거뜬히 벌었지만 IMF 때 실직하고 정신질환까지 생겨 거리를 떠돌아다니게 됐다는 김금혜(가명·55)씨, 고아원에서 배운 말투가 아직도 남아 항상 “00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30대 후반의 강연혜(가명)씨, 부모가 이혼하자 중학교 때 가출해 지금까지 떠돌이 생활을 계속해온 김연진(가명·26)씨. 이곳 여성들의 삶은 불우함의 연속이었다. 불우한 환경이 이들을 노숙으로 이끈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기초적인 생활훈련이에요.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해서 밥짓고 청소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분이 많죠. 그래서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하루 세 끼를 어떻게 해먹을까 하는 것이에요. 그래도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이분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고요. 처음에 정신과 약을 먹지 않겠다고 버텼던 분들도 지금은 알아서 잘 챙겨 드시죠. 현재 거리를 떠도는 분들은 우리 집 식구들보다도 사태가 심각할 텐데, 원하지 않는 분을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죠.”
한편 서 소장은 같은 홈리스 여성이라도 자녀를 동반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척 다른 성향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자녀부양은 홈리스 여성이 짊어진 커다란 짐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들은 독신여성과 달리 삶에 대한 의지가 대단합니다. 자녀가 곧 이들이 살아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죠. 자신을 내버리고 싶어도, 미쳐버리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예요. 자녀를 동반한 홈리스 여성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죠. 대다수 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나갑니다.”

자녀동반 홈리스의 자활의지

영등포역 근처 쪽방 내부.
자녀를 동반한 홈리스 여성들은 주로 모자가정쉼터나 가족쉼터에서 생활한다. 성수삼일교회의 ‘내일의 집’은 대표적인 모자가정쉼터로 13가정, 총 34명이 생활하고 있다. ‘내일의 집’을 운영하는 정태효 목사는 “주로 심각한 가정폭력이나 무능한 남편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견디다 못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온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직 후 차라리 집을 나가버리면 ‘양반’이죠. 집에 눌러붙어서 매일 술 마시고 욕하고 때리니 살 수가 없었어요. 칼이나 가위, 유리컵 등에 찔리기 일쑤고 한번은 밥솥에 머리를 맞아 심하게 다친 적도 있었죠. 그래도 저만 때리면 괜찮아요. 딸아이한테도 심한 욕을 하고 방망이로 때리는데, 참다 못한 딸이 ‘여기는 지옥이야. 어디를 가든 여기보단 낫지 않겠냐’며 집을 나가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가출했다가 다시 잡혀 들어가고, 또다시 나오고 그런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고등학생인 큰딸과 7세, 8세인 아들 둘을 데리고 ‘내일의 집’에 머물고 있는 이순심(가명·47)씨의 이야기다. 1년6개월여 ‘내일의 집’에 머무는 동안 남편의 지긋지긋한 폭력에서 벗어났고 정태효 목사의 도움으로 이혼신청도 해놓은 상태지만 여전히 걱정은 산더미같다.
“식당보조, 파출부, 건물 청소부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래봤자 한 달에 버는 돈이 70만∼80만원밖에 안 돼요. 아이를 셋이나 키워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길이 막막합니다.”
이는 이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 목사는 “이곳에 머무는 여성들 대다수가 임시직, 일용직이라 한 달에 버는 돈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자녀가 딸린 여성에 대한 양육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모자원이 있지만 여기 들어가기 위해선 최소 1∼2년씩 기다려야 하죠. ‘내일의 집’은 모자쉼터이긴 하지만 노숙인쉼터로 분류되기 때문에 양육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아요. 최소한 아이 기저귀, 분유, 간식비 등은 있어야 하잖아요. 아이들이 크면 교육비도 만만치 않고요.”
여성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남성쉼터와 동일하다. 현재 노숙인을 위한 국고보조금 96억6000만원(2004년 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지방마다 다르지만 전체 지원금액의 30%를 차지)이 지원되고 있다. 이는 한끼 1329원인 식비와 쉼터 실무자들의 인건비, 의료보호, 쉼터의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 쓰이는데,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쉼터가 50개가 넘는데 비하면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 남성을 떠나 노숙인쉼터의 환경 자체가 열악한 편이지만, 여성이나 모자가정에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기도원과 찜질방 전전
“여성의 경우 최소한 위생비라도 지원되어야 하잖아요. 모자가정이라면 가족만의 독립된 공간도 있어야 하고요. 아무리 홈리스 여성의 비율이 5% 내외라 하더라도 남성과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자녀 양육비를 지원해달라고 건의하면 정부에서는 미혼모쉼터로 보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에요. 미혼모쉼터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워서 입양시키는 데 목적이 있거든요. 여기 있는 엄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말이죠.”
경실련 위정희 사무국장은 “홈리스 여성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주거공간이나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주거, 경제, 가족, 심리, 교육 등 전반적인 보건복지 서비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여성 노숙인쉼터에 대한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홈리스 여성 문제의 심각성은 현재 드러난 숫자에 비해 보이지 않는 위험군 수가 몇 배에 이른다는 점에 있다. 즉 대형교회의 철야예배나 기도원, 찜질방, 여관 등에서 지내는 잠재적 홈리스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정희 사무국장은 “이들 역시 언제든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8일 새벽 2시경,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순복음교회에는 300여명이 모여 철야예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예배당 뒷자리 넓은 의자에 누워 잠자고 있는 사람이 50여명이나 됐고, 이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몇몇은 뒷자리 바닥에 신문지 등을 깔고 누워 있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큰 가방을 3개나 가지고 있었다.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여기서 생활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오늘밤은 예배당에서 대충 보내고 내일 아침 교회에서 운행하는 무료 버스를 타고 기도원에 갈 예정입니다. 한동안 기도원에서 생활하려고요. 남편이 하도 때려서 무작정 나왔는데, 마땅히 갈 데가 없어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그냥 살게 됐어요.”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예배당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이 매일 50명에서 많을 때는 100명까지 된다. 여성도 꽤 있는데 평소 우리 교회를 다니던 자매님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나온 후 아예 교회에서 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은 “잠재적 홈리스 여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역 주변 만화방이나 찜질방, 대형교회, 기도원 등에 대해 일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홈리스인지 단순 가출인지 경계가 모호할 뿐더러 여러 가지 여건상 잠재적 홈리스 여성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차가운 시선에 몸을 떨며
앞서 살펴보았듯 홈리스 여성 문제는 ‘노숙’과 ‘여성’이라는 요소가 결합돼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부처가 없다. ‘노숙’을 책임져야 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 여성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여성’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부에서는 ‘노숙’이라는 점을 들어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전가한다. 실제로 기자가 여성부에 문의해본 결과 홈리스 여성 관련 사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도, 당분간 진행될 예정인 것도 없었다. 노숙자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보건복지부도 지원정책에서 홈리스 여성에 대한 별도의 배려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성운동단체 또한 홈리스 여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서정화 소장은 “홈리스 여성쉼터는 여타 여성쉼터에 비해 경제적 후원이나 자원봉사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막상 홈리스 여성들은 이런 제도적 문제보다 주변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더욱 큰 상처를 입는다. 7년간 노숙생활을 한 후 현재는 열린여성센터에서 살고 있는 김금혜씨는 서울역 공안들이 항상 자신만 잡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 들어온 뒤부터는 목욕도 매일하고 냄새도 안 나고 옷도 깨끗하게 입는데, 서울역에 있는 동생들 만나러 갈 때마다 공안이라는 녀석들이 만날 나만 잡아. 지하철 탈 때도 그래. 당당히 표 끊고 들어가도 잡힌단 말이지. ‘나 표 있어’그러면 ‘노숙자가 표가 있냐’고 무시하고. 사람취급도 못 받지.”
김씨는 노숙하면서 아플 때 가장 서글펐다고 털어놓았다. 아플 때는 무료진료소에서 약을 타 먹은 후 무조건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길거리나 지하도 바닥은 너무 딱딱하고 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철 의자에 누워서 잠을 잔 후 일어났을 때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심한 자괴심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내일의 집’에 있다가 ‘자활의 집(자활의지가 강한 노숙인들에게 국가가 3000만원의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제도·상자기사 참고)’으로 온 이은미(가명·49)씨는 자신이 노숙인쉼터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한다고 한다.
“전 한번도 노숙을 해본 적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노숙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참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어디에서도 제가 노숙인쉼터에서 머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어요. 심지어 친정에도요. 그런데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걱정이에요. 한창 예민할 때인데,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요. 단 한번도 친구들을 집 근처에 데리고 온 적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자격지심으로 지나치게 자기방어를 하는 게 아니냐고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아는 사람 중 쉼터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에서 쫓겨난 경우도 있거든요.”
홈리스 여성의 양상은 매우 복합적이다. 여성 혼자냐, 자녀가 있느냐에 따라 사정이 다르고, 정신병력 유무에 따라서도 사정이 다르다.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과 치료지만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 양육비다. 소수이지만 이들 사이에 나타나는 스펙트럼은 남성 노숙인들보다도 넓다. 그래서 더 많은 세상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홈리스 여성 문제, 이렇게 해결하라
쉼터의 전문화, 자녀 위한 프로그램 개발, ‘자활의 집’ 확충
경실련 위정희 사무국장은 논문 ‘홈리스 여성의 현황과 개인 특성에 관한 연구’와 공저서 ‘노숙자 자활지원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서 홈리스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또 그는 홈리스 여성의 특수성을 감안, 보건복지부에서 이들을 위한 특별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거리상담 강화
거리에 있는 홈리스 여성은 극단의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기존 상담팀에게 별도의 교육을 통해 홈리스 여성의 특징과 대응법 등을 숙지하도록 한다.

◆ 홈리스 여성 쉼터의 전문화
우선 자녀를 동반한 경우와 단신인 경우로 구분하고, 자녀를 동반했을 때 가족단위로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정신병력이나 장애가 있는 여성과 정상적인 여성으로 나눠, 각기 필요로 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심리·건강·정신상담 서비스를, 후자의 경우 자활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 사례관리 프로그램의 강화
홈리스 여성 개개인의 욕구와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지원으로 자활과 사회복귀를 돕는다.

◆ 자녀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의 개발
모자가정의 아이는 4세 이하의 영유아부터 18세 이상의 성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연령, 성별, 학령별로 분류해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 영유아의 경우 응급보호 및 탁아, 의료서비스가 필요하고 5∼7세인 경우 쉼터내 별도의 탁아프로그램이나 양육교사가 지원돼야 한다. 취학아동인 경우 ‘쉼터 아이’라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 있으니 이들에 대한 적절한 주간 보호와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 중고등학생은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제도적인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어린 시절 겪었던 상실감과 상처를 치유하도록 해야 한다.

◆ 자립 지원하는 ‘자활의 집’ 확충
홈리스 여성에게 독립된 주거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집 없이 떠도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자활의 집’은 자활 능력이 있는 노숙인 쉼터 이용자에게 국가가 3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해 집을 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1999년부터 시행됐다. 각 쉼터에서 자활의지가 강한 사람을 선정해 추천하면, 이를 해당 자치구가 심사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자활의 집 입주기간은 기본 2년에, 1년씩 2회 연장이 가능하다. 자활의 집은 2004년 1월 현재 52가구가 운영되고 있는데, 모자가정이 상당수다. 실제로 모자가정 쉼터인 ‘내일의 집’과 ‘성공회 살림터’에서 15가정이 혜택을 받았다. 자녀를 동반한 홈리스 여성의 경우 다른 노숙인들에 비해 자활의지 및 능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모든 홈리스 여성이 이런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내일의 집’은 8가정이 입주를 신청했지만 3가정은 탈락했다. 따라서 ‘자활의 집’을 확충해 더 많은 홈리스 여성들이 자활의 집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또 2∼4년 후 이들이 자활의 집을 나왔을 때 공공임대주택 입주 우선권을 주는 등 주거문제의 안정적 해결을 위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발행일: 2004 년 08 월 01 일 (통권 539 호)
http://shindonga.donga.com/

[출처] 강간·매춘에 병들고 수치심에 떠는 여성 홈리스들의 밑바닥 인생|작성자 맘착한 토끼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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